‘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드러내며, 명료하고 확실한 라이프스타일로 발전한다. 가구 컬렉터이자 가방 디자이너인 서동희는 디자인과 실용성,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북유럽 가구와 주방 도구를 비롯해 일본에서 발견한 아이템을 모아 자신만의 미니멀라이프를 완성했다. 하나를 쓰더라도 좋은 물건을 선택하라는 도미니크 로로의 말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웹진과 아파트먼트 쇼룸을 시작하고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숍 정보를 담은 책을 내며 자신의 취향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아파트먼트 쇼룸은 참 생소한데요, 이런 쇼룸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직업은 가구 디자이너예요. 5년 전부터 빈티지 가구에 매료되어 가구를 모으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빈티지 컬렉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내 집을 꾸미는 게 목적이라 지인들에게 소개하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흘러 점점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게 됐죠. 그들과 미팅을 하고 가구를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쇼룸을 생각했고, 저만의 특색을 담고 싶었죠. 무엇보다 평범한 아파트에서도 북유럽 빈티지 가구로 멋진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름도 ‘행복이 가득한 집’이란 뜻을 지닌 핀란드어 카우니스 코티kaunis koti로 지었죠. 가장 이상적이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공간이길 바라는 맘으로요.                

특별히 북유럽 빈티지 가구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요?              
‌시작은 디터 람스 가구였어요. 미니멀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에 반했죠. 그러다 점차 의자와 가구에 관심이 생겼고 포울 헤닝센, 아르네 야콥센 등이 활동하던, 이른바 미드센트리 모던 시대로 불리는 1950~1960년대 빈티지 디자인에 매료되었어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미드센트리 모던 가구는 저마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담겨 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도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가구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참 크다는 걸 느껴요. 하나둘 제품을 모으다 보니 이제는 하나의 컬렉션을 이룰 정도가 되었네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가구가 있으면 좀 들려주세요.                
서동희 거실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디터 람스 선반요. 완벽하게 모습을 갖추는 데 5년이 걸렸어요. 이 컬러의 빈티지 제품은 구하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유럽 여행 중에 블록 하나를 운 좋게 구입했어요.  하지만 활용하지 못 하고 보관만 하고 있었어요.  방 한 편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최근에 어렵게 나머지 부분을 찾아 이렇게 완벽한 세트를 완성했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필요한 부분이 돌고 돌아 딱 제 앞에 나타난 게 신기하더라고요.                

이 공간을 만들 때 참고한 것이 있나요?                
핀란드 건축가 알바르 알토alvar aalto의 집이요. 5년 전부터 여름이면 꼭 핀란드를 찾아요. 그때마다 그의 집을 방문하는데 갈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답니다.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내부가 참 멋지거든요. 전체적으로 화이트와 자연스러운 나무 재질이 조화를 이뤄 따뜻하고 아늑해요. 심플하고 깔끔한 제품들이 그 공간을 더없이 멋지게 만들어준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런 북유럽의 간소한 디자인 속에 드러나는 미니멀라이프를 한국에서도 실천해보고자 했어요. 거실과 각각의 방, 주방까지 전체적으로 알바르 알토 집의 톤앤무드를 담고 있죠. 3개 방 중 하나는 모두 알바르 알토의 가구로만 채웠을 정도예요.   

         
요즘 미니멀라이프가 인기인데, 북유럽의 미니멀라이프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
최근 대두하고 있는 미니멀라이프 열풍을 보면 짐을 버리고 비우는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많이 비울수록 좋다고 말하고, 가구나 물건이 아무것도 없는 집을 만들라고 하잖아요. 적은 물건을 가지고 집 안을 꾸민다는 점에서는 북유럽의 미니멀라이프와 닮아 있어요. 하지만 북유럽에서는 비우고 버리는 행위보다 좋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데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라면 가격을 떠나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사용하라고 강조하는 < 심플하게 산다 >의 도미니크 로로의 말처럼요. 그래서 그들은 어릴 때부터 좋은 물건을 보는 눈을 기르고, 자신의 취향을 확립하는 것을 배우고 익혀요. 저 역시 그에 동조해요.

소비를 하더라도 가치 있게 하라는 얘긴가요?                
네 맞아요. 저는 가지고 싶은 물건은 어떻게든 소유하고 말죠. 물건이 적은 미니멀리스트에 비하면 넘쳐 보일 정도로요. 대신 하나를 사도 좋은 제품을 선택해요. 그만큼 또 오랫동안 사용하죠. 한 번 쓰고 버릴 아이템이란 저에겐 존재하지 않아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가구는 재테크에도 도움이 되고요. 합리적인 소비가 제가 생각하는 미니멀라이프라고 할 수 있어요. 이는 일본인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죠.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 < 부엌 > Vol.2 < 미니멀 >편, 서동희의  '취향이 쌓여 미니멀이 되다' 인터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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