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TV에서 한 미니멀리스트의 집을 보게 됐다. 거실을 겸하고 있는 방 하나, 주방과 욕실이 딸린 6평 남짓의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구도, 생활용품도 거의 찾아 볼수 없는 집. 물건 없는 생활이 어떻게 가능할까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최소한의 단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프로그램 속 그는 바로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였다. 2015년 출간과 동시에 16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사키는 출판 편집자이자 중도 미니멀리스트다. 원래 작은 메모지 한 장도 버리지 못할 정도로 맥시멀리스트의 삶을 살던 그는 물건을 줄이고 나서 찾아온 긍정적 변화에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자처하고 있다. 문득 지금 일본의 대표 미니멀리스트로 자리매김한 그의 생활이 궁금해졌다. 여전히 집에는 아무것도 없을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그의 집은 방송 그대로였다. 최근에 구입한 책상과 의자를 제외하곤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저서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이런 반응을 예측했나요?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사람들은 매일 넘쳐나는 물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물건을 많이 소비하고 소유함으로써 남보다 더 높은 위치와 가치에 오를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죠. 자신보다 많이 가진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말이에요. 저 역시 물건을 많이 소유할수록 그것이 저의 가치이자 행복이라고 믿은 보통 사람 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쌓여가는 물건으로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더 나아가 제 자신까지 망가지고 말았죠. 괴롭고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어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예전의 저처럼 비참했던 사람,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사람, 그래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는 책을 내게 되었고, 그 확신이 맞아떨어졌어요. 제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본연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고요.                

미니멀리스트가 된 특별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3년 끝자락에 ‘미니멀리스트’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됐어요. 인터넷으로 단어를 검색하던 중 관련 사진을 볼 수 있었죠. 여러 사진 중에 배낭 하나로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생활하는 미니멀리스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정말 충격적이더군요. 단 몇 개의 물건만 가지고 생활할 수 있다니. 그때 저는 집 안 가득 넘쳐나는 물건도 모자라 매일매일 새로운 물건을 집에 들이느라 급급했거든요. 집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도 힘들 정도로요. 맥시얼리스트의 삶 그 자체였죠. 사진을 보고 더 놀란 건 그 사람의 표정이에요. 몇 개의 물건만 소유한 그 남자는 표정이 너무도 여유로웠거든요. 자유로워 보이기도 했고요. 제가 바라던 삶의 모습을 그 남자에게서 보았어요. 물건으로 어지러워진 제 생활도 좀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시작했죠.      
           
boouk맥시멀리스트이던 당신이 지금의 단순한 삶에 이르기까지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체크했을 때 그 어마어마한 양에 새삼 놀랐습니다. 가구와 생활용품을 비롯해 취미로 수집한 책과 음반, 영화 DVD까지 집 안에 빈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으니까요. 냉장고 안마저 음식이 빼곡히 들어 차 있었어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와 상한 음식도 가득했죠.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필요 없는 것부터 줄여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음식 쓰레기 같은 간단한 것부터 시작했어요. 입지 않는 옷과 쓰지 않는 가구로 점점 범위를 넓혔고요. 물건을 ‘버린다’는 개념조차 없던 처음과 달리 어느 순간 버리는 것에도 방법이 있음을 터득하고 체계가 잡혀갔어요. 그리고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boouk버리기 어려운 물건은 없었나요?                
TV와 책, 사진을 비롯해 추억이 담긴 물건을 버린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정말 필요하지 않은 걸까, 과연 이것들 없이도 생활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것들을 버림으로써 더 나은 삶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었어요. 물건을 줄이니 많은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boouk책에서는 물건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건 익숙함과 싫증에 대한 메커니즘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걸 벗어나기란 여간 힘들지 않아요.                
사람들은 흔히 익숙함이 길어지면 싫증을 내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합니다. 새로운 물건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익숙해지고 사람들은 곧 싫증을 내지요. 이것이 반복되고 또 다른 소비를 불러일으키죠.  하지만 익숙함과 싫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어요. 대신 그 시스템을 깨닫고 의식하며 물건을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물건이 지닌 가치를 생각하세요.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세요. 저는 남아 있는 적은 물건에 매우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 < 부엌 > Vol.2 < 미니멀 >편,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와의 인터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p34)

Editor Boouk Magazine @booukmag
Photographer Choi Jane @‌Lee Geun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