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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U MAGAZINE
나우와 함께하는 <도시 생활 탐구>-포틀랜드 그 첫번째 이야기.
화려한 타투가 돋보이는 드레스 차림의 '애나 마거릿'
포틀랜드는 아이들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도시다. 광활한 자연이 펼쳐지고, 집집마다 닭과 채소를 기르는 농장이 있어 매일 건강한 식탁을 마주할 수 있다. 아이들은 피부색이 다른 다양한 문화권의 이웃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법을 체득한다. 화려한 타투가 돋보이는 드레스 차림의 애나 마거릿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돕고자 문을 연 온라인 부티크 ‘르 수크 르 수크(Le Souk Le Souk)’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뉴욕에서 활동하던 중 아이를 갖게 되었고, 자녀들이 자연의 품에서 자라날 수 있는 포틀랜드에서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아이들을 강제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이곳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깊은 영감과 깨달음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는다.
지금 운영 중인 부티크는 어떤 사업이고, 주로 어떤 제품을 들여놨는가?
여성들이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 디자인과 생산 활동을 하며 주체성과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어패럴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동 전문 의류 온라인 숍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점차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여성 어패럴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부티크 운영 외에 가족이나 지인들의 집을 크리에이팅한다고 들었다.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집이라는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공간에서 생활할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 어머니가 이사를 해서 인테리어를 도와주고 있는데, 서로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오래 머물러도 편안하도록 적당히 여유 있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구상 중이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들었다. 대부분의 워킹맘은 커리어에 대한 가치보다 ‘엄마다움’을 강요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당신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 비롯한 갈등을 겪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일을 잘 해오고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뉴욕에서 모델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의류업 쪽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첫째 딸을 낳고, 양육을 하기엔 패션모델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했다. 결국 모델을 그만두고 비교적 안정적인 의료 보조 같은 일을 하기 위해 새로이 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졸업하자마자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줄 알았던 나의 기대와 달리, 둘째 아이가 생기면서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원점으로 돌아가 본래 하고 싶었던 패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의료 보조 또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일이긴 하지만 내 사업을 운영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 크리에이티브한 방향으로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패션을 통해 여성을 도울 수 있는 사업을 시작했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아이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패션의 수도로 불릴 만큼 뉴욕은 세계적인 패션 도시로 알려져 있다. 패션 사업은 뉴욕에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데 왜 포틀랜드에 정착했나?
나고 자란 곳은 원래 이곳 남부의 오리건주다. 여기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후 뉴욕으로 넘어가 모델 활동을 하다가 로스엔젤레스에서 큰딸을, 다시 뉴욕에서 둘째 딸을 낳았는데 점차 아이들이 자라면서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아이들을 어떤 환경에서 양육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어릴 적 살던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포틀랜드는 뉴욕만큼이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도시인 동시에 자연이 가까이 있어 아이들을 더욱 활발하고 창의적으로 기를 수 있었다. 또 우리 가족이 정착할 당시에는 물가가 싼 편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기도 했다.
그동안 출산과 육아로 삶의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하고 싶지만 현실과의 타협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아쉬움이나 열망이 남아 있는지.
자아를 실현하고 싶은 열망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항상 가지고 있다. 현재 하는 사업을 좀 더 확장해 보다 많은 이윤을 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소규모 온라인 형태의 숍을 유지하며 재택근무를 자처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그때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이주하면서 느낀 차이점이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포틀랜드에서의 삶은 어떤가.
대도시의 레스토랑이 대부분 ‘노 키즈 존’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가족 단위 세대가 많아 식당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밖에도 다른 도시에 비해 느리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어 만족스럽다.
포틀랜드로 이주한 이유에 아이들의 역할이 크다. 아이들 스스로도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도시에서도 충분히 좋은 유년기를 보낼 수 있겠지만, 포틀랜드는 자유롭고 친환경적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직접 혹은 이웃이 기른 채소가 매일 식탁에 올라오고, 집집마다 딸린 뒷마당에 닭이 뛰어놀고 있다. 유년기에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건강한 신체와 사고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어 한다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
대체적으로 대도시는 소도시에 비해 좋은 교육 지원 제도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대도시에서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대부분의 포틀랜드 학교는 주입식 교육보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예술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나 또한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자유롭게 그림 그리며 노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신 나고 뿌듯하다. 교육면에서도 채찍질하고 경쟁시키기보다는 여유롭고 느긋하게 시간을 가지고 아이들 스스로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습에 얽매인 것보다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편이다. 삶에 대한 가치관을 아이와 어떻게 공유하는지.
매일 저녁 하루 일과와 그날 느낀 점에 대해 대화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 눈에 비치는 사람과 사물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특히 포틀랜드에는 다양한 인종이나 문화권의 시민이 살고 있기 때문에,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과 친밀한 소통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두 아이와 취향이 비슷한 편인지 궁금하다.
이제 막 열 살인 둘째는 한창 슈퍼히어로에 빠져 있다. 방에는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슈퍼히어로 티셔츠만 입고 다닌다. 그 티셔츠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내버려둔다. 첫째는 벌써부터 인테리어나 패션에 대한 취향이 확고한데, 내가 집 한쪽에 카펫를 깔아놓으면 딸이 와서 그 보기 싫은 카펫 또 깔았느냐며 핀잔을 주곤 한다. 그 밖에도 곧잘 집 구석구석을 바꾸고 싶어 하는데 마음 내키는 대로 하게 놔두는 편이다. 그래도 많은 시간을 함께 즐기고, 취미를 공유한다. 어젯밤에는 식당에서 카드 게임도 하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바비큐도 해 먹으면서 떠들썩하게 시간을 보냈다. 최근 부모님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 오셔서 그쪽 농장에도 자주 들르는데, 첫째가 부쩍 요리에 취미가 생겨 베이킹도 곧잘 해서 음식을 대접한다. 아이들이 한창 TV와 스마트폰에 중독될 나이지만, 최대한 야외로 데리고 나가 운동이나 미술 전시 등을 보여주며 다양한 취미를 만들어주려 노력한다.
팔을 수놓은 타투가 아름답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타투를 한 여성, 특히 엄마라면 더더욱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포틀랜드의 분위기는 어떤가?
캘리포니아에서 살았을 때 부유한 동네를 방문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양쪽 입장을 모두 알 것 같기도 하다. 열여덟 살 때 타투 아티스트이던 룸메이트가 타투를 해주었는데, 아이까지 있는 엄마가 온몸에 타투가 있으니 교육적으로 책임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질타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포틀랜드에 오니 오히려 타투를 안 한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든 일이 돼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포틀랜드 사람으로서 소속감마저 들기도 한다.
포틀랜드는 타투뿐 아니라 비건의 도시로도 유명하며 동물 복지도 발달했다. 본인도 채식주의자라고 들었는데, 그 점이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하다.
여섯 살 때부터 채식을 시작해 고기를 먹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고, 남이 먹는다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뒷마당에서 닭을 키우는 이유는 그저 애완동물처럼 키우고 싶었고 신선한 달걀을 얻을 수 있어서다. 같은 맥락으로 내 온라인 숍에서는 되도록 퍼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으려 한다. 때때로 가죽 신발을 신기도 하지만, 같은 가죽이라도 보다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 신경 쓰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렇듯 자연 속에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킨포크 스타일’이라고 부르며 유행처럼 소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질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명상을 하거나, 커피와 음악을 즐기기도 한다. 이러한 생활양식이 킨포크적 삶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면에서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사용하고, 전반적인 삶에서도 동일한 의식과 태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집 인테리어도 수납이 불가피한 물건보다는 꼭 매일 바라보고 싶은 물건만 눈에 띄게 장식한다.
당신에게 ‘Weird’란?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을 일컫는다. 그렇기에 포틀랜드에 다양성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자기 키보다 긴 코트를 둘러 입고 귀여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참 ‘weird’하다고 느꼈는데, 역시 ‘weird’한 건 언제나 흥미롭고 타인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부엌과 나우가 함께하는, < 도시 생활 탐구 >
포틀랜드 편, ‘안나 마가렛’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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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Nau @nau.magazine | www.nau.co.kr
Editor Boouk Magazine @booukmag
Photographer Mok Jinwoo @lo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