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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담비

층층과 면면, 그리고 자유

‌빠르게 사라진 차, 빈 잔에 남은 것은 어떤 생이었다.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는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
차와 향과 음악을 중심에 두고 그가 하는 일은 자연에 순응하고 자신을 넘어 자유에 다다르는 일이었다.


‘담비스티룸Dambi’s tearoom’이라는 이름으로 차Tea, 향Incense, 음악Music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세 가지 요소가 모여 어떤 광경을 만들어낼까 상상해보기 전에 마음이 먼저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신체 감각을 깨울 수 있는 차, 향, 음악이 중심이 된 여러 활동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때로는 차와 향을, 차와 음악을, 향과 음악을 엮기도 하면서요. 세계의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신체 활동을 접목하기도 하고요. 무엇이든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놀이와 지혜로서 차, 향, 음악을 하는 셈이죠. 현대인이 쉽게 잊고 살아가는 자연과의 유대를 다시 이어나가고자 시각을 최대한 배제한 활동이죠. 사람들이 제가 제안하는 차, 향, 음악을 통해 진정한 ‘평화’를 경험하기를 바라요.

차에 대한 공부나 준비도 필요했을 텐데요. 차, 향, 음악 세 가지 중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음악을 먼저 시작했어요.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고, 흥이 많아서 20대 초반에 DJ를 했어요. 클럽과 파티 신scene에 지쳐가던 차에 문득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죠. 그 시기에 현악기에 빠져 있었고, 우연히 거문고라는 악기를 알게 됐어요. 차는 정대석 작곡가의 거문고 독주곡 ‘달무리’ 연주를 보고서 시작하게 됐어요. 거문고는 우리나라의 대표 현악기고 사운드 자체가 명상적이에요.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차 마실 때 늘 옆에서 들리던 음악이 바로 거문고 연주였죠. 현악기의 경우 사운드에서 여러 층layer을 느낄 수 있어요. 단편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하나의 현에서 몇 개의 소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그런 풍부함을 간직한 사운드요. 음악으로 차를 알게 됐고, 이후 지금까지 차와 음악을 접목한 활동과 워크숍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차와 음악을 처음 접목한 워크숍은 2016년 베를린에서였어요. ‘명상곡Meditative Sounds’이라는 이름으로 음악감상회를 열었죠.

음악에서 여러 층위를 발견하는 일,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 건가요?  
한국에서 친구들과 작업실로 건물의 지하 공간을 공유했어요. 촛불 몇 개를 켜놓고 제가 직접 거문고나 오르간을 1~2시간 연주하고 함께 명상한 뒤에 차를 마시는 시간을 보냈죠. 베를린에서 이 세션을 공식적으로 ‘명상곡’이라고 이름 붙여 음악감상회를 열었고요. 거문고뿐 아니라 오르간 역시 직접 벨로시티Velocity, 건반을 누르는 속도나 페달를 조절해 여러 사운드를 동시에 낼 수 있어요. 마치 아코디언처럼요. 이를테면 건반의 ‘도’를 누를 때 우리가 아는 ‘도’의 음만 들리는 게 아니라 벨로시티나 페달을 조절해 다양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거죠.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도’에 포함된 여러 층위의 음들, ‘도’ 소리가 나기까지의 과정. 이런 숨어 있는 소리들을 들려주고 싶은 거예요. 눈여겨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제가 하는 활동이나 워크숍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표면적인 것들, 단편적으로만 받아들이던 것들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었어요. 사실 현대사회는 많은 게 원색적이고 단편적이잖아요. 근거나 과정이 무시되거나 배제된 채 결과만 보고 자극적인 요소들에 반응하는 것처럼요. 이런 현상에서 최대한 벗어나 오로지 과정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을, 삶을 살면 좋겠어요.

‌만약 개인 차실을 다시 꾸린다면 어떤 공간이 될까요?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주변에서 차실을 내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사실 조금 두렵기도 해요. 공간을 만들면 그 공간에 갇히게 되니까요. 언젠가 개인 차실을 꾸릴 계획은 있어요. 더 많이 보고 느낀 뒤, 한 40대쯤 해도 되겠다고 생각해요. 조급함은 없어요. 때가 오겠죠. 그즈음의 차실은 자연 속에 있으면 좋겠어요. 차, 향, 음악을 여전히 중심에 두고 홀리스틱 다이닝 요리를 비롯해 좀 더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요소들이 함께일 것 같아요. 그때도 실험적인 도전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철 없는 모습이겠죠.















"단편적으로만 받아들이던 것들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었어요. 사실 현대사회는 많은 게 원색적이고 
단편적이잖아요. 근거나 과정이 무시되거나 배제된 채 결과만 보고 자극적인 요소들에 반응하는 것처럼요. 이런 현상에서 최대한 벗어나 오로지 과정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을, 삶을 살면 좋겠어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 < 부엌 > Vol.7 < 차 >편, 김담비의  '층층과 면면 그리고 자유 ' 인터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P222)

Interview Kim Dambi
INSTA @dambistearoom

Editor Bae Danbee @danbeebae
Photographer Jun Yeseul  @2rru0